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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맘의 자기계발/글쓰기습관

딸기만 보면 눈물이 나는 이유

오늘의 주제?
가난과 돈으로 인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돈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적은 너무나도 많기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2020년 3월, 우리 가족은 우르르 몰려오는 불행을 피해 제주로 도망쳐 왔다. 코로나의 습격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 신랑의 건강악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는 부부관계... 도망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어떤 최악의 상황보다는 경제적 파탄이 낫겠지 싶었다. 철 없는 우리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마이너스통장 2개를 들고 제주로 도망 왔다. 겉으로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제주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여벌옷 몇 개만 들고 가볍게 떠나오니, 지금의 내가 이룬 것이 무엇인가 뒤돌아 볼 기회가 주어졌다. 30대 중반의 부부가 그렇게 쉴 새 없이 일해왔는데 모아놓은 돈이 하나 없다니... 참 허무했다.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다니는 동안 우리에게는 빚만 쌓여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여유자금 하나 없이 하루하루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허무하듸 허무했다.

그렇게 몇 달을 마이너스 통장을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인천 집을 정리하고 온 것이 아니기에 이중으로 유지비가 들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에게 드는 돈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신랑은 당장 식비라도 벌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편의점 알바의 좋은 점은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음식들로 버티는 날들이 늘어갔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두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도 삼각김밥을 먹이고 있는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성장기인 아이에게는 매일 쌀밥과 소고기를 먹여야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었다. 소고기 한 덩이를 사 와서 조각조각 나눠서 몇 날 며칠을 먹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를 사주고 싶어서 딸기팩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망설이다가 결국 못 사준 날들이 더 많았다. 가난은 그렇게 맛있는 것을 먹을 자유부터 앗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제주집에 놀러 오셔서 며칠을 지내고 가셨다. 부모님이 떠난 날, 화장대 위에는 돈봉투가 놓여 있었다. 30만원이었다. 전화해서 무슨 돈이냐고 물으니 아빠가 말씀하셨다.

"희영아, 딸기 사서 너도 실컷 먹어. 너도 딸기 좋아하잖아. 은우만 주지말고 너도 먹어."

이 날 이후로 딸기는 나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딸기 먹는 아이 모습만 봐도 부모님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

내가 겪은 가난은 대단하지 않다.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마음껏 사줄 수 없는 불편함일 뿐이다. 그리고 들키기 싫은 그 모습을 우리 부모님께 들킨 날의 속상함일 뿐이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날이다. 특히나 우리 으누에게는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불과 2년 후인 지금은 딸기, 망고, 멜론 등을 쌓아놓고 먹는다. 과일 킬러인 으누와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그날그날 살 수 있다. 떨이로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제일 싱싱하고 예쁜 놈으로 골라서 살 수 있다. 그래서 난 부자가 되고 싶다. 별 거 아닌 작은 일상에서 상처받기 싫으니까...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되고야 말 것이다!!